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챱챱

그까이꺼 대~충 닭가슴살 미역국

 합정 탐라식당에서 몸국을 먹은 적이 있었다. 깊이 있는 돈코츠국물과 입안에서 폭죽처럼 터지는 모자반의 화려한 감칠맛! 가히 환상적인 맛이었다. 그 이후 한동안 해초상사병에 걸려있었으나 요즘 초절약모드에 돌입해있는 필자로서는 또 사먹기엔 꽤나 비쌌기에 꿩 대신 미역국을 해먹기로 했다.


 필자는 소고기미역국을 정말 좋아하는데 주머니가 불룩하신 분은 다진소고기 세일할때 사서 냉동실에 쟁여놓았다가 조금씩 꺼내서 킥처럼 쓰면 좋다. (우리모두가 알다시피 식감은 역시 생소고기 조각이 가장 좋다.) 소고기는 조금만 넣어도 맛이 확 사니까 추천! 없으면 돼지고기, 닭고기도 괜춘! 각자 주머니 사정에 맞게 요리하면 된다.


재료 : 미역 한 줌, 훈제닭가슴살, 다진마늘, 참기름, 액젓, 간장  


 앞에서 실컷 소고기 찬양해놓고 닭가슴살 사용하는 클라스^^ 소고기를 정말 추천하지만 우리집에 있는 육류라고는 냉동실에 훈제닭가슴살 밖에 없었기 때문에 사용해보기로 한다. 예전에 먹다가 질려서 냉동실에 처박아놓은 훈제닭가슴살은 이래저래 유용하다. 냉동실에 닭가슴살이 몇 개 더 남아있으므로 앞으로 응용요리를 더 올려볼 생각이다. 


 다진마늘은 냉장고에 있으면 금방 썩어버리기 때문에 미이라처럼 냉동실에 늘 자리를 차지하고있다. 냉동이라 풍미가 떨어지긴 한다.


*풍미 좋은 마늘 순서 : 통마늘을 사서 다짐>시판 냉장다진마늘>냉동실에 넣어놓은 다진마늘


1. 미역을 불린다. 

 제발 조금만 뜯어쓰자. 물에 불리면 금방 불어난다. 이때 미역초심자는 욕심가득하게 불리다 산더미같은 미역을 생산할 수 있다. 휴.. '양 조절이 안되나?' (응답하라1997 정은지버전) 

벌써부터 망했다고 울지마라, 홍도야..(이해하면 아재) 미역을 너무 많이 불린 이에게 솔루션을 주자면 미역을 덜어서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다음날 오이송송 썰어 초장이랑 조물조물 무쳐서 반찬으로 해먹자. 오케?


 미역을 정성껏 찬물에 불리면 시간이 오래걸리니까 배고프고 성질 급한 필자는 펄펄 끓는물에 불렸다. 앗, 불릴 때 미역찡에 들어있는 소중한 영양소가 녹아나온다능ㅜㅜ 그렇다면 마른미역 상태일 때 흐르는 물에 삭 헹구고 미역불린물은 미역국에 사용하면 되지요~


2. 깡깡 얼어있는 닭가슴살을 전자렌지에 돌려 해동시키는 동안, 달군 후라이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해동 및 볶아준다. 마늘이 노릿노릿해지면 좋겠는데 냉동이라 잘 안되더라. 마늘이 익으면 해동된 닭가슴살을 손으로 대충 찢어 넣고 볶는다.(마늘이 타지않게 주의)



3. 닭가슴살 겉부분이 노릇해지기 시작하면 불려진 미역을 투척하고 함께 볶는다. 미역을 후루룩 하는 걸 좋아해서 가위질을 별도로 하진않았다. (냉면 먹을 때도 가위질 극혐하는 1인)



4. 미역이 마늘과 물아일체가 되어 잘 볶아진 것 같으면 불을 세게 올려서 뜨겁게 만든 다음에 물을 충분히 부어준다. 이때 참기름+뜨거운불+물 이 만나 치익~ 하는 소리를 좋아한다. (취향 존중해주시죠?)



5.  미역국을 끓이던 시간이 밤 열시경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양심상 '간은 하지말자. 밥은 말아먹지 말자.' 라고 다짐했으나 간을 보고는 조용히 액젓 추가, 간장 추가. 그리고 좀 더 끓이다가 미역국같은(?) 맛이 나면 완성이다. 수고했어 오늘도~


 김치찌개, 된장찌개 뭉근하게 오래 끓이면 맛있다. 남겨뒀다가 다음날 데워먹으면 더 맛있다. 미역국도 마찬가지로 천천히 오래 끓이면 참 맛있는데 필자는 배가 고프니까 센불에 팔팔 끓였다. 

 


 고기가 어쩐지 터벅터벅할 것 같지만 괜찮아요. 닭가슴살은 원래 그런거잖아요? 터벅할 때 국물을 후루룩하면 고구마+우유 조합이 부럽지 않다.



 마지막 자존심, 밥은 안 말아먹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수포로 돌아간다.

  


 슴슴한 미역국과 밥의 조화. 날티나는 레시피지만 오늘 해먹지 않았다면 시켜먹었을 치킨보다 저렴하고, 인스턴트로 얼룩진 식단보다 알차게 먹어서 행복하다.